그들만의 유토피아


  'The Earthly Paradise', Johann Wenzel Peter

 

‘유토피아(utopia)'. 흔히 이상향(理想鄕)이나 낙원을 가리키는 단어로 자주 쓰인다.

여러 문학 작품에서 다룬 장소이지만, 여호와의증인이 꿈꾸는 지상낙원이야말로

유토피아에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여호와의증인은 천국과 함께 지상낙원을 믿는다. 천국에서 사는 이들은 선택받은

14만 4천 명뿐이며, 구원받은 나머지 사람들은 낙원으로 바뀐 이 땅에서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몸을 갖고 영원히 산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염원하는 천국이 지구에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이러한 교리는 그들의 독특한 영혼 문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여호와의증인에서는 영혼과 육신은 하나이며 육신이 죽는 순간 영혼도 없어진다고

가르친다. 그들은 영혼을 그저 전기 같은 에너지의 일종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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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지가 없으면 라디오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원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라디오의 플러그를 뽑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와 마찬가지로 영도 우리의 몸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이다.

또한 영은 전기처럼 감정도 없고 생각하는 능력도 없다.

단순히 비인격적인 힘이다.

성서는 실제로 무엇을 가르치는가?

- “영혼”과 “영”-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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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영혼은 비인격적인 힘에 불과할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들이 인용하는 성구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육신의 죽음과 동시에 영혼은 소멸된다고 가르칠 만한 구절은 신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관계로 구약에서만 몇 가지 구절을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그 구절들도 육체와 영혼의 죽음이 같다고 말하는 구절들이 아니다.


무릇 산 자는 죽을 줄을 알되 죽은 자는 아무 것도 모르며 다시는 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이름이 잊어버린 바 됨이라 … 네가 장차 들어갈 음부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음이니라

(전도서 9:5, 10)


먼저 본 구절은 인생의 허무함을 일깨우는 내용이며, 사람이 죽게 되면 언젠가는 그 사람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이 말씀을 사람이 죽으면 영혼도 따라서 죽는다는 맥락으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전도서의 전체 구절들을 살펴보면 영혼에 관해 어떻게 교훈하는지 알 수 있다.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

(전도서 3:20~21)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

(전도서 12:7)


사람의 영혼은 죽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 바른 가르침이다. 다음 구절은 시편의 말씀이다.


그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당일에 그 도모가 소멸하리로다

(시편 146:4)


이 말씀 역시, 사람이 죽으면 그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므로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의지하겠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어서 그들이 인용한 욥기의 내용이다.


사람은 죽으면 소멸되나니 그 기운이 끊어진즉 그가 어디 있느뇨

(욥 14:14)


액면 그대로 보자면 사람이 죽는 즉시 영혼도 소멸되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성경의 모든 말씀이 하나님의 참뜻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경 66권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는 그릇된 말도 존재하므로 전후 구절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같은 장의 말씀을 살펴보면 욥은 영혼에 대한 올바른 개념은 물론 부활의 소망조차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누우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이 없어지기까지 눈을 뜨지 못하며 잠을 깨지 못하느니라 … 사람이 죽으면 어찌 다시 살리이까

(욥기 14:12~14)


부활도 몰랐던 욥이 영혼에 대해 옳게 말했을 리 만무하다. 실제로 욥은 하나님의 견책을 받고 “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일을 말하였다”고 하나님 앞에서 회개했다

(욥기 38:1~3, 42:1~6).


이처럼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분명히 살아 있다. 게다가 그들이 얘기하는 지상낙원 역시 성경에 근거한 가르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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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예수에게 죽은 사람을 부활시킬 능력을 주십니다. (요한복음 11:25) 예수께서는 “기념 무덤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성품과 기억을 그대로 지닌 채로 부활됩니다. (요한복음 5:28, 29) 하늘로 부활되는 이들은 영의 몸을 갖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땅으로 부활되는 사람들은 건강하고 완벽한 신체를 갖게 될 것입니다.—이사야 33:24; 35:5, 6; 고린도 첫째 15:42-44, 50.

성경 질문과 대답 - 부활이란 무엇입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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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는 “아무도 하늘에 올라간 일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한복음 3:13) 이 말씀을 보면 예수 이전에 죽은 아브라함, 모세, 욥, 다윗과 같은 선한 사람들도 하늘에 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2:29, 34) 그들은 땅에서 부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욥기 14:13-15.

성경 질문과 대답 - 누가 하늘에 갑니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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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논리적으로 보이는 설명들이지만 이 구절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혹이 여짜오되 주여 구원을 얻는 자가 적으니이까 저희에게 이르시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못하는 자가 많으리라 … 너희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모든 선지자는 하나님 나라에 있고 오직 너희는 밖에 쫓겨난 것을 볼 때에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누가복음 13:23~28)


앞뒤 문맥상 여기서의 ‘하나님 나라’는 분명히 하늘나라, 천국을 의미한다. 물론 이 말씀은 비유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진리와 어긋나는 비유를 하신 적이 없다. 즉 모든 선지자는 지상이 아니라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는 이야기다.


그들이 제시한 사도행전 2장 34절의 “다윗은 하늘에 올라가지 못하였으나”라는 말씀이 마음에 걸릴 수도 있으나 이 부분 역시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다윗은 육신의 죽음을 당하기 전, 하늘에 가보지 않고도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을 미리 보고 말했으며 모든 유대인들은 그 일의 증인이라고 베드로가 설파하는 장면임을 알 수 있다(사도행전 2:25~36). 결정적으로 다윗 역시 선지자라고 같은 장에서 밝히고 있으므로 결코 지상에서 영원히 살지는 않을 것이다.


형제들아 내가 조상 다윗에 대하여 담대히 말할 수 있노니 다윗이 죽어 장사되어 그 묘가 오늘까지 우리 중에 있도다 그는 선지자라

(사도행전 2:29~30)


마찬가지로 모세와 욥도 천국에서 살아가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믿음의 선진들은 지상낙원이 아니라 하늘 본향으로 돌아가기를 사모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 찾는 것을 나타냄이라 저희가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히브리서 11:13~16)


하나님을 올바로 믿는 성도들이 사모하는 부활은 썩어질 혈과 육의 회복이 아니라 신령한 형체로의 변형이다. 천사의 몸은 14만 4천의 특권이 아니라 구원받은 모든 이들이 맞이할 축복이다.


죽은 자의 부활도 그와 같으니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며 … 형제들아 내가 이것을 말하노니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이어 받을 수 없고 또한 썩는 것은 썩지 아니하는 것을 유업으로 받지 못하느니라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 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 우리도 변화되리라

(고린도전서 15:42~52)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 소리로 친히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자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후에 우리 살아 남은 자들도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

(데살로니가전서 4:16~17)


여호와의증인에서 지상낙원이나 불멸의 육체와 같은 허황된 꿈을 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구약성경은 태양빛을 받아 반사하는 희미한 달빛과도 같아서 구약성경만 보면 사람이 죽었을 때 영혼도 따라서 없어지는 것으로 오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약성경과 연결해서 연구하면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살아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앞서 지상낙원을 논하기 전에 영혼 문제부터 짚어본 이유는, 우리 영혼의 근본에 대해 깨달으면 자연히 우리가 돌아갈 고향이 어디인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나를 가지셨으며 만세전부터, 상고부터, 땅이 생기기 전부터 내가 세움을 입었나니 …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어 날마다 그 기뻐하신 바가 되었으며

(잠언 8:22~30)


때에 여호와께서 폭풍 가운데로서 욥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 네가 아마 알리라 네가 그 때에 났었나니 너의 년수가 많음이니라

(욥기 38:1~4, 21)


솔로몬과 욥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이미 지구가 창조되기 이전에 영혼으로 존재했었다. 우리 영혼이 가야 할 고향은 조그마한 지구에 펼쳐질 소박한 낙원이 아니라 광활한 별세계, 즉 천국인 것이다.


서두에서 여호와의증인이 소망하는 지상낙원

이야말로 유토피아에 가장 가깝다고 서술했다. 유토피아는 이상향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pos)'라는 두 단어가 합쳐져서 탄생한 단어이기도 하다. 여호와의증인이 꿈꾸는 지상낙원. 그곳은 유토피아라는 뜻대로, 어디에도 없는 장소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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